예식·화환도 없이 마지막 설교로 마쳐

▲ 허상봉 목사가 12월 2일 조기은퇴를 선언하고, 현역으로 마지막 주일 설교를 했다. 허 목사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주일 예배를 인도하며 설교하는 것으로 조용히 담임목사로서의 마지막 소임을 끝냈다. 허 목사는 "모든 영광은 하나님의 것"이라며 성도들에게 꽃다발 조차도 준비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를 위한 순서도, 화환도, 축사도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모두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제가 인사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조용히 물러납니다. 교회 발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허상봉 목사(동대전교회)가 지난 12월 2일 목회 성역 35년을 마치고 조기 은퇴했다. 허 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두고 조기은퇴한 것으로 특별한 순서도, 손님도, 화환도 하나 없이 마지막 주일 설교를 하는 것으로 동대전교회에서의 15년 목회를 마무리지었다.

허 목사는 이날 ‘느보산에서의 모세’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설교를 했다.

그는 “모세는 백성을 출애굽 시키고 수많은 이적을 나타내며 민족을 이끌었지만 약속의 땅을 코 앞에 두고 주의 뜻대로 리더십을 여호수아에게 넘겨주었다”면서 “모세와 여호수아는 서로  역할이 달랐다. 하나님의 사람은 자신의 소명을 알고 때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주는 영광을 좇지 말고 하늘의 영광을 바라보는 신앙인들이 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예배 순서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외부 손님이나 흔한 축사도 없었다. 허상봉 목사는 현역으로 마지막 설교를 하면서도 자신의 은퇴를 강조하지 않고 평소같이 설교하고 예배를 마쳤다. 저녁예배에서는 성도들이 아쉬운 마음에 허 목사가 동대전교회에서 15년 6개월동안 활동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방송하려 했지만 허 목사는 이마저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목사는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즐겁게 목회했고, 이제 떠날 때가 되어 과감하게 결단했다”면서 “앞으로 교회 주변지역이 5년 정도면 크게 변화할 것 같은데 빨리 젊은 목사님이 오셔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교회를 잘 이끌어 가실 수 있도록 먼저 자리를 비켜드리는 것”이라고 조기 은퇴 이유를 밝혔다.

사실 당회에서는 허 목사의 조기은퇴를 반대했다. 그러나 허 목사가 교회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자 그의 조기은퇴 결정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또 교회에서는 은퇴 위로금을 넉넉히 지원하려 했지만 허 목사는 생활할 임대아파트 한 채와 생활비만 받겠다며 교회의 제안을 거절했다. 원로목사 추대식도 열지 않겠다는 게 허 목사의 생각이다.

허상봉 목사는 1953년생으로 2003년 동대전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15년 6개월 간 변함없는 헌신으로 목회했다. 그는 서울남부교회를 개척해 목회한 바 있고, 제주도 서귀포교회와 대전태평교회에서도 사역했다. 교단 발전을 위해 총회 교육부장과 교육위원장, 총회 고시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방글라데시 사랑의재단 법인이사장, 군선교연합회 중부지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허상봉 목사는 앞으로 ‘Mento rium 멘토리움’ 대표로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위한 멘토사역을 진행할 예정이며 농어촌교회 탐방 등의 사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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