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교회 민유식 명예권사, 가족 중 독립유공자 26명
민제호·민필호·민영구·이광·이윤철·이국영 지사 등 헌신

3.1절 100주년 기념식을 지켜보던 민유식 명예권사(중앙교회)는 감회가 남달랐다. 어릴적 친가·외가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하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감격에 젖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숱한 고생을 겪던 가족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 민제호 지사, 작은 할아버지 민필호 지사, 아버지 민영구 제독, 어머니 이국영 지사, 고모 민영숙 민영주 지사, 외할아버지 이광 지사, 외삼촌 이윤철 지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모두 가족이다.

민 권사의 친가와 외가에서 정부의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만 26명이나 된다. 두 집안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의 동지로 만나 겹사돈을 맺으며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민유식 권사는 중국 기강에서 태어나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피난처였던 토교를 거쳐 초등학교 2학년까지 중국에서 지냈다. 그래서 그 때 배운 중국어가 지금도 술술 나온다. 

“어릴 적 토교에서 살 때 먹을 것이 넉넉지 않아 미나리, 산나물 등을 캐다가 끼니를 때우기도 했어요. 그렇게 어려웠어도 부모님은 우리나라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힘든 기색을 보이신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민 권사는 독립운동에 정열을 쏟았던 양가 어른들의 옛 흑백사진을 보여주며 그분들의 일생을 소개했다.

민 권사의 할아버지인 민제호 지사는 국권이 피탈되자 상하이로 망명하여 신규식 선생이 조직한 동제사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 후 대한민청년단 재무부장,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 참사, 외사국장 등을 지냈다. 1977년에 건국포장이 추서됐다.

작은 할아버지 민필호 지사는 1923년 10월부터 임시정부 재무총장 이시영의 비서로 13년 동안 재무의 실무책임을 맡아 경비조달에 진력했다. 이후 난징 교통부의 전정사, 장제스 시종실의 암전연구소 총무로 일했다. 그 뒤 한국독립당 선전부장이 되어 ‘독립신문’을 복간, 발행했다.

해방 후에도 임시정부 주화대표단 부단장으로 교포들의 교육과 보호에 힘썼다. 1949년 우리 정부로부터 초대 중화민국 총영사에 임명됐다. 1957년 7월 귀국한 뒤에는 한·중 간의 우호와 문화교류를 위해 노력했다. 1963년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됐다.

아버지 민영구 제독은 1942년 7월 중국정부의 명령으로 중국상선 12척을 영솔해 대일항전을 전개했으며 1943년 류저우에서 항일가극단을 조직해 일제의 침략만행을 폭로했다.

이후 광복군의 보급지원 등 조달업무에 심혈을 기울이고 기관지 ‘광복’ 발간 등에 힘썼다. 1945년 11월 임시정부 요인들이 귀국한 뒤에는 중국에 남아 임시정부 주화대표단 총무처장으로 활약하다가 1947년 6월 교포 1,000여 명을 인솔해 귀국했다.

같은 해 11월 우리나라 해군 창설에 기여하고 해군본부 작전참모부장·해군사관학교장 등을 역임한 뒤 해군소장으로 예편하고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민 권사의 어머니 이국영 지사는 1941년 6월 중국 중경에서 조직된 한국혁명여성동맹에 가입해 항일운동을 전개했으며 중경에 거주하고 있던 교민들의 자제를 교육했다. 또 1944년 3월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생계부 부원에 임명돼 활동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외할아버지 이광 지사는 독립운동 인재를 양성하던 만주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맡아 무장 항일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는 중국어에 능통해 대 중·미에 발표하는 사설과 논문의 교정을 보고 중국 장사에 있을 때는 대정부 교섭을 맡기도 했다.

1932년 9월에는 한국광복진선 조직을 결성하고 독립운동 대민선전활동에 집중하면서 광복을 맞았다. 광복 후 중국에 남아 한교선무단 단장으로 교민 보호에 앞장섰으며 귀국 후 충청북도지사, 감찰위원회위원장, 체신부장관 등의 요직을 역임하고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외삼촌 이윤철 지사는 중앙교회 명예장로다. 이 지사는 십대 시절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한 후 중경에서 김구 주석이 조직한 광복군 5지대 전신인 한국광복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했다.

1945년 5월에 사천성 신진 B29기지에 배속돼 전선 출격 작전을 지원하다가 광복을 맞았다. 이 지사는 1990년 광복군 활동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민유식 권사는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바쳐 싸우고 일했던 양가의 어른들을 기억하며 후손들은 빚진 자의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어른들이 우리나라의 독립 위해 충성을 다한 것처럼 그 자손들은 하나님나라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다가 천국에서 그분들을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민 권사의 딸 최현수 선교사는 남편 송은천 선교사와 함께 현재 교단 파송 카메룬 선교사로 헌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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