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백석대 기독교박물관
두루마리성경부터 최초 우리말성경까지

가평 필그림하우스
산자락 영성센터에 ‘천로역정길’ 큰 안식

2024년 갑진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4주가 흘렀다.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서라도 성경 읽기와 묵상은 필수다.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에 기록된 텍스트 하나하나에 밑줄을 쳐가며 묵상하는 가운데 얻게 되는 감격은 신앙생활의 필수 연료다. 게다가 이제 보고, 들으며 오감을 동원해 성경을 읽고 느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해를 맞아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의 풍성한 교제를 돕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백석대 기독교박물관 1관 성경관 전경. (사진=백석대 기독교박물관 홈페이지)
백석대 기독교박물관 1관 성경관 전경. (사진=백석대 기독교박물관 홈페이지)

천지창조 미디어 아트로 재현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대학교 창조관 12층에 위치한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은 지난해 5월 백석학원과 백석총회 역사가 함축된 백석역사관 개관을 맞아 리뉴얼을 진행해 최신식의 시설을 자랑한다.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에는 히브리어·헬라어 등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 고성경(古聖經), 한국교회 교회사와 성경 시대의 생활과 풍습에 관한 유물 등 1,700여 점의 기독교 문화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는 점이다. 박물관 복도를 예수님의 12제자가 기둥을 받치고 있다는 의미로 디자인했다거나 홍해를 가른 모세, 부활과 성령의 역사 등 각 전시관의 테마를 알고 나서 유물들을 관람하게 되면 박물관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도 배가 된다.

박물관을 찾은 기자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손으로 성경 말씀을 받을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한 ‘말씀의 빛’이었다. 베들레헴의 별을 보며 낙타를 타고 가는 동방박사와 물고기를 낚는 베드로의 모습이 와이드 미디어 월에 생생하게 전개되는 디지털 갤러리를 배경으로 두고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는 이사야 40장 8절 말씀이 기자의 손안에 그대로 재현됐다. 또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성경 필사 체험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성경 필사존도 마련해 놓았다.

지당 박부원 도예가의 작품인 ‘천지창조’와 ‘사랑’을 지나쳐 출애굽 당시 모세가 홍해를 가른 순간을 형상화한 1관 성경관에는 희귀 고전 성경들부터 오경 두루마리까지 다양한 성경들이 전시돼 있다. 70인역, 구텐베르크 라틴어 성경, 종교개혁에 발판이 된 에라스무스 성경, 마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 최초로 영어로 번역한 틴테일 성경, 가난한 자들을 위한 성경, 최초로 한글 번역된 우리말 성경 등을 통해 성경의 변천 과정과 형성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또 각각의 성경 위에는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진들이 선정한 구약과 신약의 10대 사건도 함께 전시돼 성경 66권의 전체적인 흐름도 관찰할 수 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

이어지는 2관 세계교회사관은 부활절 계란에서 쏟아지는 빛의 이미지를 테마로 삼았다. 향유 옥합과 같은 토기, 열 처녀 비유에 등장했던 등잔, 한 데나리온 비유 속 동전 등 성경 속 인물들이 실제 사용했을 유물들을 비롯해 초대교회부터 현대교회사까지 조망할 수 있다. 올해는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다. 3관 한국교회사관에서는 길선주·주기철·손양원 목사, 남강 이승훈, 윤동주 시인, 장기려 박사 등 한국교회의 터를 닦은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가 펼쳐져 있다. 또 전국휘호대회 대상 수상자인 이은순 작가의 신앙고백을 붓으로 표현한 시편 150편 일부도 관람할 수 있다.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이 소장 중인 유물들. 왼쪽부터 본디오 빌라도 총독 동전, 향유병, 토라 두루마리. (사진=백석대 기독교박물관 제공)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이 소장 중인 유물들. 왼쪽부터 본디오 빌라도 총독 동전, 향유병, 토라 두루마리. (사진=백석대 기독교박물관 제공)

4관 유관순특별관은 일제강점기 당시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온몸으로 보여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한 공간이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고문과 억압을 감내했던 서대문형무소를 테마로 삼았다. 유관순 열사가 생전에 5촌 조카의 돌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떠 주었던 둘레 53.5㎝ 크기의 코바늘 레이스 뜨개 모자도 전시돼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관순 열사의 유일한 유품이다. 예수님의 12제자들이 기둥으로 세워진 복도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성화갤러리’도 꼭 살펴보아야 할 필수 코스다.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요한, 남혜경, 김용성 등 성화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50호에서 200호 크기의 화폭에 작가들의 시선으로 예수님의 일생 중 탄생, 부활 등을 그려냈다.

김용성 작가의 '예수의 기적'.
김용성 작가의 '예수의 기적'.

사랑, 학업, 대인관계 등과 관련한 성경 구절을 출력해 주는 ‘성경테라피’와 휴게 공간인 ‘호산나 정원’을 지나면 7일 동안의 천지창조 순간을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는 ‘실감미디어실’을 끝으로 박물관 관람을 마무리하게 된다.

백석대 기독교박물관에는 백석역사관, 山史현대시100년관, 보리생명미술관도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관람료는 무료다. 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관이다.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크리스천과 전도자.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크리스천과 전도자.

1박 2일 스테이 프로그램도
기독교인의 신앙 여정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순례길’이다. 이미 아브라함이나 야곱, 요셉과 같은 믿음의 선진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순례자로서 부지불식간 마주치는 고난 가운데서 주님과 동행하며 믿음의 크기도 한뼘 한뼘 자라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이라는 광야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순례의 길을 가장 극적으로 그려낸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수많은 기독교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주인공 ‘크리스천’을 통해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여정을 그려낸 고전 중의 고전으로 기독교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천로역정의 감동을 책에서만 끝내지 않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경기도 가평 수덕산 자락에 있는 현대적인 기독교 영성센터 ‘필그림하우스’와 ‘천로역정 순례길’이다. 성결인과도 인연이 깊은 곳으로 순례길이 조성된 부지가 성락성결교회 수양관이 있던 자리다. 현재까지도 웰컴센터 옆에 수양관 건물이 남아있다.

성락성결교회 옛 수양관 건물에 순례자들을 환영하고 있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성락성결교회 옛 수양관 건물에 순례자들을 환영하고 있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크리스천’이 스스로 “무거운 짐을 짊어진 불쌍한 죄인입니다”라고 고백하며 ‘멸망의 도시’를 떠나 ‘영원한 나라’로 가는 동안의 여정은 하루하루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과 지혜를 구하는 우리의 삶 그 자체나 다름없다. 기자가 천로역정 순례길의 시작 지점인 ‘멸망의 도시’를 지나 크리스천의 모습을 마주한 순간 이제 막 순례길에 오르기 시작한 순례자의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또 천로역정의 주요 무대인 ‘절망의 늪’, ‘좁은 문’, ‘곤고의 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허영의 시장’, ‘절망의 거인의 감옥’, ‘기쁨의 산’, ‘죽음의 강’, ‘천성’으로 향하는 여정에 순례자의 마음으로 길을 나서게 된다. 

누구나 믿음으로 문을 두드리면 열리는 '좁은 문'.
누구나 믿음으로 문을 두드리면 열리는 '좁은 문'.

“…저 앞을 보세요. 좁은 길이 이어지는 게 보입니까? 저게 댁이 걸어야 할 길입니다. 믿음의 선조들과 예언자들, 그리스도와 그분의 제자들이 닦아놓은 길입니다. 어때요, 마치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반듯하죠? 반드시 저 길로 가야합니다.” (『천로역정』, 존 버니언, 포이에마)

신앙생활은 결코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다. 크리스천도 순례를 시작하며 ‘전도자’나 ‘도움’, ‘선의’, ‘신실’, ‘작은 믿음’, ‘소망’ 등을 만나며 절망에서 빠져나오거나 천성까지 도착할 힘과 용기를 얻는다. 그에 반해 ‘고집과 변덕’, ‘세속현자’, ‘철장 속 타락자’, ‘단순·나태·기만’, ‘허례와 위선’, ‘겁쟁이와 불신’, ‘두 사자’, ‘무지’처럼 크리스천을 미혹하거나 시험에 빠뜨리려고 했던 위협들도 마주할 수 있다. 

크리스천과 대적하고 있는 아볼루온(파괴자).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한 크리스천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크리스천과 대적하고 있는 아볼루온(파괴자).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한 크리스천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홀로 순례길을 걷거나 가이드 없이 방문해도 좋지만, 순례자의 집인 필그림하우스에서 고요한 쉼을 누리는 가운데 천로역정 순례길을 방문하는 1박 2일 일정의 천로역정 스테이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이외에도 필그림 천로역정 세미나(2시간소요), 순례 영성의 길 세미나 등도 진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 필그림하우스 사무장으로 섬기고 있는 유일식 장로(영동중앙교회, 서울강남지방 장로회장)는 “안식과 쉼을 지향하는 필그림하우스를 통해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주님과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천로역정 순례길에서 크리스천의 여정을 따라가며 주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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